오르비라는 입시 커뮤니티를 좋아했던 나는 거기서 합격수기 같은 것들을 자주 찾아 읽곤 했다. 공부를 그닥 잘하지 못했던(사실 지금도 잘하지 못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그렇게 압도적인 실력을 가지고, 대입에 성공한 그들이 멋있어 보였다.

대학에 오고 나서, 1학년 때는 다시 오르비를 들어갈 생각을 딱히 안했는데 여전히 옛날의 게으름과 한심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에게서 싫증도 나고 라끄리님이나 그런 사람들의 글에서 존경스러움도 많이 느꼈어서 최근에는 가끔씩 들어가서 글을 읽는 것 같다.

서울대 의대의 위상

서울대 의대란, 전국에서 제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이 가는 진짜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공부를 잘하는... 진짜 전국 100등안에 드는 신급?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 알고 있었고, 수험생때는 감히 꿈꿔보지 못한 곳이기도 하다(사실 문과라서 그렇다).

암튼, 내가 선망하던, 전국 순위권 학생들이 가던 곳이었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와있으니까... 라끄리님이 쓰신 수기도 있어서 읽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며칠 만에 다 읽게 되었다.

세 명의 합격 수기

수기는 이호진, 이광복, 구태률의 3인의 수기로 이뤄져있는데 보면서 나는 '존경'을 많이 느낀 것 같다. 현재의 내 모습은 너무나 찌질하고 구질구질 한데 비해, 삼수를 했으면서도 전국 0.3~4퍼대에 머물렀던 것에 대한 자괴감 정도일까??

인상적인 노력들

  • 수 년동안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여 전국 100등안에 안정적으로 머무른 사람
  • 삼수때 딱히 공부안했는데 전국 0.02퍼대를 기록한 사람
  • 반수 결심하고 45일 동안 진짜 미친듯이 잠도 거의 안자면서 공부해서 수능 범위 공부 한번 끝낸 사람

이호진의 수기에서 느낀 점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난 의지가 약한 놈이었다. 언제나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는 노력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그랬고 재수할 때도 마찬가지 였다.

다시 한 번 내 능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열심히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많은 고민 끝에 결국은 수능을 보기로 결정했다. 지그의 나에게는 무엇인가 전환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수능 공부에서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어? 뭐야 이사람도 이런 생각했어?'라며 동질감을 느꼈고, 나도 이 사람의 수험생활 때 처럼 치열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지금까지 딱히 치열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없었다. 수험생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고, 한번 치열하게 살아보려고 이런저런 애를 썼지만 결과는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내 잘못을 개선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마음가짐을 정돈하고 마음을 키우다 보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거처럼 나도 그렇게 뭐... 어떤 한 시기쯤이라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 시기는 11월 4일까지의 시기이길 바란다.